비타민B17은 진짜 비타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정식 비타민 B군 8종 목록에 B17은 없습니다. 이름만 비타민이고 실체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청산 배당체입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주장인지 정리했습니다.
비타민B17의 정체, 아미그달린부터 알아야 합니다
비타민B17의 정식 성분명은 아미그달린(Amygdalin)입니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에는 ‘레트릴(Laetril)’ 또는 ‘레이어트릴’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대체의학계에서 이 물질을 비타민 B복합체의 하나이자 항암 성분이라고 부르면서 ‘B17’이라는 번호가 붙었습니다.
문제는 이 번호가 공식 분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타민 B군으로 인정되는 것은 B1(티아민), B2(리보플래빈), B3(나이아신), B5(판토텐산), B6(피리독신), B7(바이오틴), B9(엽산), B12(코발라민) 총 8종입니다. B17은 B4, B8, B10, B11, B13부터 B16과 함께 ‘한때 비타민으로 불렸으나 퇴출된 물질’로 분류됩니다. 즉 비타민B17이라는 명칭 자체가 학술 용어가 아니라 대체의학 진영에서 통용되는 호칭입니다.
어떤 식품에 들어 있나
아미그달린은 장미과 벚나무속 열매의 씨앗에 주로 들어 있습니다.
- 살구씨(한약명 행인)와 복숭아씨(도인): 대표적인 함유 부위입니다.
- 앵두, 매실, 자두, 아몬드, 버찌, 체리: 같은 벚나무속 열매의 씨앗에 들어 있습니다.
- 사과씨와 은행: 씨앗 부위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 매실: 씨앗뿐 아니라 과육에도 들어 있고, 청매실이 황매실보다 함량이 높습니다.
살구 과육에도 들어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확인되는 범위에서 아미그달린이 문제가 되는 부위는 씨앗이며, 매실의 경우 과육에도 함유된다는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 열매별로 부위별 함량이 다르므로 정확한 수치는 식품 분석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논란 1. 항암 효과 주장과 과학계의 반박
비타민B17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항암 효과입니다. 대체의학 진영에서는 아미그달린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천연 항암 물질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나와 있습니다. G.에드워드 그리핀이 쓰고 석혜미가 옮긴 「암세포 저격수 비타민 B17」이 대표적입니다. 포북에서 2018년 3월 30일 발행됐고 244페이지, 정가 15,000원입니다. 이 책은 암을 비타민B17 결핍으로 생기는 영양결핍증이라고 규정하고, 살구씨 독성 논란은 오류라고 반박합니다.
주류 과학계와 의학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데도 지지자들이 항암·암 예방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며, 이 주장은 비판·부정되고 있습니다. 항암제라는 주장과 독성 물질이라는 반박이 계속 충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쪽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근거가 아니라 특정 이론에 기대고 있고, 다른 한쪽은 성분의 화학적 성질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폐암 등 실제 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비타민B17 섭취가 도움이 되는지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치료 중인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고 별도로 섭취하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논란 2. 부작용, 청산 화합물이라는 점
비타민B17의 부작용을 이해하려면 화학적 성질을 봐야 합니다. 아미그달린은 사이안 배당체, 즉 청산 화합물입니다. 널리 알려진 독극물인 청산가리와 유사한 계열의 물질입니다. 수분과 만나면 분해되면서 사이안화수소(HCN)를 만들어 냅니다. 아미그달린 500mg당 최대 30mg의 HCN이 생성됩니다.
시안화이온에 중독되면 연수가 마비되고 조직이 질식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학계가 아미그달린을 항암 성분이 아니라 독성 물질로 보는 근거입니다. 다만 일상에서 씨앗을 조금 먹었다고 곧바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씨의 경우 성인 기준으로 씨앗 20개분 정도를 먹어야 위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식품 | 아미그달린 관련 특징 | 섭취 시 유의점 |
|---|---|---|
| 사과씨 | 씨앗에 함유 | 성인 기준 씨앗 20개분이 위험 수준 |
| 은행 | 볶으면 함량 감소 | 하루 10~20개 정도가 적정 |
| 아몬드 | 식용 아몬드는 없거나 극미량 | 볶아 유통돼 위험성 낮음, 야생 쓴맛 아몬드는 위험 |
| 매실 | 과육·씨앗 모두 함유, 청매실이 더 높음 | 매실청은 숙성 기간 확인 필요 |
| 살구씨·복숭아씨 | 한약재로 쓰이며 독성 기록 | 날것으로 쓰지 않음 |
논란 3. 가공하면 달라집니다
독성 이야기만 듣고 살구씨나 매실을 아예 멀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미그달린은 휘발성이 있어서 가공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됩니다. 약이나 식재료로 쓸 때 가열하거나 물에 불리거나 설탕에 재우는 방식을 쓰면 휘발성 아미그달린이 상당 부분 날아갑니다. 은행을 볶아 먹는 이유, 아몬드가 볶아서 유통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이 성질을 오래전부터 다뤘습니다. 행인(살구씨)과 도인(복숭아씨)은 독성이 있는 약재로 기록돼 있고, 날것으로 쓰지 않습니다. 밀기울 등으로 가공한 뒤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소량일 때는 HCN이 호흡중추에 작용해 호흡을 안정시키는 성질이 있어, 기침을 멎게 하고 천식을 가라앉히는 진해·평천 작용으로 민간요법에 쓰인 역사도 있습니다. 같은 물질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으로 쓰이기도 한 셈입니다.
매실청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매실청은 집에서 가장 많이 담그는 만큼 실수도 잦습니다. 담근 지 3개월 시점의 매실청에는 아미그달린이 다량 들어 있습니다. 이 상태로 그냥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 기본 방법: 매실을 건져낸 뒤 1년 정도 숙성시켜 섭취합니다.
- 빨리 먹고 싶을 때: 매실을 건져내고 한 번 끓여 식혀서 씁니다.
- 또 다른 방법: 물을 타서 발효액 형태로 희석해 마십니다.
제철 식재료를 안전하게 손질하고 보관하는 방법도 함께 보면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많이 놓칩니다
시중에는 ‘비타민 B17’이라는 이름을 단 영양제가 유통됩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앤헬스의 비타민 B17 제품은 주요 기능을 피로 개선으로 표시하고 있고, 복용법은 하루 1회 2캡슐입니다. 성분에는 아세로라추출물, 비타민C, 살구씨(행인)가 들어 있습니다. 제품 안내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면 섭취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라고 권고합니다. 제품명에 B17이 붙어 있다고 해서 항암 효과가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산 등 특정 지역에서 비타민B17 주사를 놓는 병원이 있는지, 아미그달린 함량을 분석해 주는 연구소가 있는지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기서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납니다. 의료 행위나 성분 분석은 지역과 기관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해당 의료기관이나 식품 분석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식 비타민 B군은 B1, B2, B3, B5, B6, B7, B9, B12 총 8종입니다. B17은 이 목록에 없으며, 한때 비타민으로 불렸다가 퇴출된 물질로 분류됩니다. 대체의학계에서 쓰는 호칭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살구씨나 사과씨를 먹으면 바로 위험한가요?
소량이라면 곧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사과씨의 경우 성인 기준 씨앗 20개분 정도를 먹어야 위험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미그달린은 청산 화합물이므로 일부러 많이 챙겨 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Q. 아몬드도 위험한가요?
시중에서 파는 일반 식용 아몬드는 아미그달린이 없거나 극미량입니다. 대부분 볶아서 유통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습니다. 다만 쓴맛이 나는 야생 아몬드는 위험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Q. 암 치료에 비타민B17을 써도 되나요?
항암 효과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류 의학계에서 비판·부정되고 있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다면 개인 판단으로 섭취를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확인하실 것은 딱 하나입니다. 집에 담가 둔 매실청이 있다면 매실을 건져냈는지, 담근 지 얼마나 됐는지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3개월 무렵의 매실청을 그대로 드시는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비타민B17은 이름만 들으면 영양제 같지만 실제로는 청산 배당체인 아미그달린입니다. 효능 주장과 부작용 경고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물질인 만큼, 정보를 충분히 확인한 뒤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세요.